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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최재목 교수, 또 한 번 틀을 깨다 N

No.1962598
  • 작성자 통합관리자
  • 등록일 : 2009.10.19 00:00
  • 조회수 : 19115
 

 ‘불교’ 주제로 회화작품 60점 전시  
19일부터 23일까지, 영남대 중앙도서관 1층 로비 

[2009-10-19]

  중간고사가 막 시작된 19일 오전, 영남대 중앙도서관 1층 로비에 걸린 그림들이 시험 준비 차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러브붓다’라는 전시회 제목처럼 이곳에서는 불교를 주제로 한,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회화작품 60점이 23일까지 전시된다.



  작가의 프로필도 범상치 않다. 법학자인 박홍규 교수(56, 교양학부, 사진 右)와 철학자인 최재목 교수(48, 철학과)가 바로 이 그림들의 주인이다.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본업인 ‘교수’ 외에도 ‘작가’, ‘시인’의 타이틀로 더 유명한 이들의 지적 활동에는 금기시되는 영역이 없다. 최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이들은 철학, 법학, 문학, 공학, 음악, 미술, 연극 등 모든 장르의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시도하는 인문학자인 셈이다.

 

 10여 년 전 법상스님의 ‘남전대장경’ 번역을 시도하면서 처음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인문학은 확장성과 융합성, 개방성을 지닌 자유로운 학문이다. 틀을 깨뜨려야 깨침이 있고, 깨우침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동안 각자의 길에서 끊임없이 틀을 깨는 시도를 펼쳐왔다. 그러다 이번에 드디어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일을 ‘저지른’ 것.

 

 

 두 사람에게 ‘불교사상’은 전혀 낯설지 않다. 경계를 넘나들며 ‘깨뜨림, 깨침, 깨우침’을 향한 일련의 작업 저변에 깔린 사상적 색채부터가 불교적이다. 게다가 최 교수는 3년 넘게 해인사 스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박 교수도 간디에 대한 번역서를 펴냈으며 직접 인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불교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화가’라는 타이틀마저도 이들에게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러나 전통적 의미의 ‘화가’라기 보다 ‘아방가르드 작가’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릴 법하다.

 

 박 교수의 작품 30점은 지난 7월 한 달간 직접 델리에서 라다크까지 여행하면서 그린 풍경화와 인물화들이 주를 이룬다. 수채물감과 파스텔로 그려진 사실적 작품들이 일견 전통적 기법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동적이다 못해 거칠게 까지 느껴지는 스케치와 터치, 화려한 색감이 피사체를 살아 숨 쉬게 한다. 특히 ‘펩시콜라’ 광고간판 아래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노숙자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인간성과 인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듯하다.

 

 최 교수의 작품은 그야말로 ‘실험정신100%’의 작품들이다. 보이정화차, 매니큐어, 매직, 치약, 스티커 등으로 그림을 그린 소재 자체의 신선함은 물론 내용과 표현기법까지 전혀 색다르다. 심지어 이면지에 볼펜으로 그려진 ‘노숙 달마, 우연히 달마를 하늘에서 그리다’라는 작품은 90도 각도로 눕혀 전시된 발칙함까지 선보인다. 가로 62cm, 세로 108cm 크기의 도화지에파스텔로 그려진 ‘양복 입은 반가사유상’은 ‘한복 입은 반가사유상’, ‘청바지 입은 반가사유상’(사진)과 연작을 이루며 작가의 유머감각을 느끼게 한다. 박 교수의 작품평을 빌자면 ‘이단아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두 사람은 내년에 좀 더 완성된 그림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작곡발표회도 가질 생각이다.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문학 등 표현기법만 다를 뿐 담고자하는 생각과 의도는 같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스스로 장벽을 깨는 시도들을 통해 학생들은 물론 일반에게도 새롭고 신선한 자극과 재미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편 최재목 교수는 전시회에 앞서 에세이집 ≪시를 그리고, 그림을 쓰다≫라는 에세이집을 펴냈다. 이 책에는 23편의 짧은 글과 그의 한 줄 해설이 달린 그림 46점이 실려 있다. 그 중 30점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