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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News Room

“제2의 인생, 한국어교사로 살고 싶습니다.” N

No.1962378

35년 초교 교사 정년 후 영남대에서 새 삶 설계 중인 쿠로가와 아키오 씨

[2011-1-19]

 

 육십 평생 일본 오카야마현을 떠나 본 적이 없는 후루가와 아키오 씨(古川明男, 62, 사진). 그는 현재 영남대 한국어교육원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 중이다.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한국어교사로서의 새 삶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그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면서부터. “겨울연가를 보면서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저의 고교시절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드라마는 폭력과 섹스만이 난무할 뿐이죠. 한국드라마처럼 정서적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매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일본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류가 불기 시작한 거죠.”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은 자연히 한국어공부로 이어졌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그는 NHK를 통해 한국어를 자습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35년간의 교사생활을 정년퇴임하고 본격적으로 한국어공부를 시작할 결심을 하게 됐다.

 

 가족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해 7월 훌쩍 생애 첫 유학을 단행했다. 영남대가 한 달 동안 외국인을 위해 마련한 ‘천마 인터내셔널 썸머스쿨’에 참여해 난생 처음으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공부도 같이하고 한국전통식 도예, 천연염색, 다도 등 한국전통의 문화도 체험했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 유학을 가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가족들이 걱정하고 만류했어요. 그렇지만 저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죠. 앞으로 수 십 년을 더 살아야 할 텐데, 뒷방 늙은이처럼 인생을 허비할 수는 없다는 저의 생각을 가족들이 이해 해 준거죠.”

 

 그러나 한 달 동안 한국어를 배운 것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았던 그는 지난해 12월 24일 또다시 한국 유학을 단행했다. 그리고 오는 1월 28일까지 개설된 영남대 한국어교육원의 단기 한국어특강과정에 등록해 한파에도 아랑곳 않고 ‘열공’ 중이다.

 

 “일본에서는 지금 제2의 한류가 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엄청나죠. 쉽게 식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한국드라마를 통해 불기 시작한 1세대 한류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그저 한국을 막연히 동경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 빅뱅 등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이 일본의 10대와 20대를 움직이고 있는 2세대 한류가 일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직접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과 동화되고 싶어하죠. 지난 연말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 연예인들의 자선행사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한국어교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된 이윱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원룸에서 자취 생활하는 고생에도 불구하고 제2의 인생설계에 부푼 꿈을 안고 있는 그의 표정은 마치 소년처럼 해맑다. 

 
 영남대에 처음 와서 광활한 캠퍼스 규모와 수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에 엄청 놀랐다는 그는 “한국은 일본보다 글로벌 잠재력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앞으로 한국 드라마에 일본인이나 동남아인들이 출연한다면 한국이 아시아문화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라며 “한글은 과학적이라 배우기 쉬운데 한국어는 경우의 수가 많아서 아직 어렵습니다. 여건 상 장기유학은 어렵지만, 한국어에 능통해질 때까지 방학 때마다 열리는 단기특강과정에 등록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한국어교사 자격과정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한 5년 정도 후에는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지 않을까요? ”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